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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26 13:59
내가 본 두 명의 천재
 글쓴이 : 글마당
조회 : 3,350  

작성자: 뱅모



내가 말하는 천재는 '배우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이제까지 두 명을 보았다.

하나는 신동혁.
북한 정치범 수용소 완전통제구역에서 태어난 그는,
아무런 제대로된 양육과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다.
워낙 특이한 케이스여서, 그가 탈북해서 대한민국으로 들어왔을 때 '심리검사'를 한 기록이 있다.

 그는 사랑, 신뢰, 공감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익힌 적 없었다.
오직 의심, 배신,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만 보아왔던 사람이다.
어렸을 적, 같은 수용소 내에서 떨어져 살은 아버지의 수용소 탈출 계획을 수용소 당국에 알려, 죽게 만든 업보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바깥세상을 구경한 적도 없는 사람이...탈출해서...대한민국까지 왔다. 처음 그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같이 극도로 제한된 삶을 살은 사람이 ....탈출할 수 있다는 점을 믿지 못 했다.

그러나, 2011년 9월 '통영의 딸' 구원 캠페인(북한에 27년째 억류되어 잇는 오길남 박사의 처와 따님들을 구원하는 캠페인)에 갔다가, 신동혁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이보다 많이 늙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 눈빛을 보고...나는 ..."아, 이 사람은 배우지 않은 것, 겪지 않은 것을 아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깊은 슬픔과 절망을 겪은 사람..
그럼에도 삶을 오롯이 인정하고 부둥켜 안고 있는 사람...
나이 마흔 쯤에나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오래고 깊은 절망과 환멸을 박차고 나온,
삶에 대한 총체적 긍정 ..
total affirmation of life, after long and deep despair and disillusionment....
절망과 환멸을 극복한 [생명 긍정]이 배어 있는 깊은 눈빛이었다. ...

 나는 어떤 이미지나 광경을 잘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이지만, 그 눈빛은 정확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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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오늘 또다시 한 명의 천재를 보았다. "백이무"란 필명으로 [꽃제비의 소원]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북한에 '고난의 행군'이 닥치기 전,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여러 번 입상했지만, 3백만이 굶어죽은 그 끔직한 상황에서오랜 꽃제비 생활을 한 사람이다.  그가 ....쓴 시 한 수의 일부를 옮긴다..

 
[꼬마죄인]

"우리는 행복해요!"
온 나라 아이들이 행복동이들인
사회주의 지상낙원에 똥칠을 한다고

게다가 소매치기까지 하니
저런 부랑동이 아이들은
어서 모두 잡아 가두어야 한다고

어느날 장군님 승용차 안에서
불쾌힌 던지신 한 마디 교시에
즉각 세운 '213'(어린이) 상무

그곳에는 나라의 특별조치로
전국 각지에서 잡아들인
떠돌던 수백명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아빠 엄마가 모두 굶어죽은
두 살짜리 꽃제비 아기도 있었다. (나머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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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꽃제비의 소원]을 권한다.
감상적 눈물을 위해 권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전체주의가 붕괴한 다음,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위해 권한다.
전체주의 70년 세월에 정신과 영혼이 멍든 그 사람들을 번듯한 이웃으로 재활시키는 것, 부활시키는 것

그 [생명에 대한 사랑] 을 준비하기 위해 권한다. 그리고
북한 전체주의가 왜 붕괴해야 하는지,
북한 전체주의가 왜 알콩달콩 '교류-협력의 파트너'가 될 수 없는지,
그 맹렬한 증오를 준비하기 위해 권한다.

인생에서 배울 것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사랑할 것을 사랑하는 법,
증오할 것을 증오하는 법...

나머지는 그냥 '일상 생활'이라 불릴 뿐이다.